'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작가 정보
저자 - 김용택
시인.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습니다. 198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그래서 당신』 『수양버들』 『키스를 원하지 않는 입술』 『울고 들어온 너에게』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모두가 첫날처럼』 등이 있습니다. 산문집 『김용택의 섬진강 이야기』(전 8권) 등과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등을 냈고, 시와 산문을 엮어 『시가 내게로 왔다』(전 5권) 『머리맡에 두고 읽는 시』(전 5권) 등을 냈습니다.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도서 정보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한국 서정시의 한 축을 담당해온 김용택 시인, 특유의 친근한 언어로 등단 이후 42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온 시인이기도 합니다.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며 시 「섬진강」 연작을 썼고, 변화하는 농촌공동체와 도도하게 흐르는 섬진강의 강인한 이미지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섬진강 시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는 시집과 산문집, 동시집을 꾸준히 펴내며 독보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김용택 문학의 바탕에는 항상 섬진강과 고향 마을이 자리했으며 시인 역시 그 사실을 늘 잊지 않았습니다. 시인은 모두가 가난했지만 함께 일하고 어울려 놀았던 ‘그때’의 마을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이에 고향과 사람들에 대한 시를 묶고, 마르지 않는 영감으로 써 내려간 신작 시들을 모아 새로운 시집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을 펴냈습니다.
시집에는 67편의 시와 2편의 산문을 실었고,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 15컷도 함께 수록했습니다. 그는 매일 산책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조금씩 다른 자연을 기록했습니다. 매일 보는 풍경에도 질리지 않고 때때로 낯선 감각을 포착해내는 사진을 보다 보면, 빼어나게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고유의 시선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본문
이 시집은 내 모든 글의 ‘고향 집’이다. 내 시 이전이고 이후다. 생각해보니 내 인생은 이 시집의 바탕 위에 지어졌다.
- 「시인의 말」
동네 가운데 허드레 샘 있었습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 마르지 않았습니다.
세수도 하고, 걸레도 빨고, 미나리꽝과 텃논 물도 대고, 동네 불나면
그 샘물로 불도 껐습니다.
그 샘 중심으로 위 곁, 아래 곁 편 나누어
줄다리기하고, 짚으로 만든 공 차고, 씨름하고, 자치기 했습니다.
- 「공동 우물」
동네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큰일을 당하면
어머니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남의 일 같지 않다.
다 내 일이다.
- 「공부」
세월이 사람들을 마을로 데려다주고 다른 세월이 와서 그들을 뒷산으로 데려가버린다.
사는 일이 바람 같구나. 나도 어느 날 훌쩍 그들을 따라 갈 것이다.
그들이 저세상 어느 산골, 우리 마을 닮은 강가에 모여 마을을 만들어 살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나도 그 마을에 들어가 그때는 시 안 쓰고 그냥 얌쇠 양반처럼 해와 달이 시키는 대로 농사일하면서 근면 성실하게 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
그 마을은 바람과 햇살과 구름이 환한 산 아래 강길이 있을 것이다. 마을 앞에는 고기들이 뛰노는 강물이 흐르고 삽과 괭이와 호미와 낫으로 농사를 짓는 그 마을이, 복사꽃 배꽃 필 때, 배고프지 않은 이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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