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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추천

'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책 소개, 작가, 본문

by 져느니 2024. 7. 18.

출처 : 영풍문고

 

'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책 소개

“아이러니를 사랑해. 그게 인생이니까”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17년간 길어올린 아포리즘

‘하중은 있되 통증은 없이’ 살고픈 모두를 위한 책

 

무겁기도 가볍기도 한 삶에서 완전한 희망에도 절망에도 치우치지 않고 절묘한 통찰을 끌어내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 입니다, 서울대 김영민 교수의 아포리즘집. 2007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17년간 써내려간 문장을 선별해 엮은 단문 365편이 담겼습니다. 인생의 불전완함을 응시하는 예리하지만 따뜻한 사유, 세계의 진부함을 파헤치며 이면을 들추는 김영민식 위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문장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독자의 심장에 가닿습니다. 몇 문장에 인간사와 세상사를 담기란 가히 어려운데 그것을 능히 성취한 책입니다.

 

《가벼운 고백》은 김영민 교수가 최초로 선보이는 단문집으로, 총 3부 〈마음이 머문 곳〉 〈머리가 머문 곳〉 〈감각이 머문 곳〉으로 나뉘어 주제별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발문〉에서 그는 자신의 아포리즘 일부를 ‘드립’으로 표현하는데, “삶은 종종 부조리와 경이를 간직한 모호한 현상이므로, 때로는 구름을 술잔에 담듯 삶을 담아야” 하며, “드립은 바로 언어로 된 그 술잔”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런 드립을 통해서만 표현되는 생의 진실을 음미하며, 다사다난한 일에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자고 독자를 격려합니다.

 

책 표지는 30여 년간 무라카미 하루키와 작업한 안자이 미즈마루의 작품 〈풋사과〉를 입혀 시각적 촉각적 청량감을 더했습니다. 풋사과처럼 시큼하면서 달달한 우리네 인생 조각을 품은 《가벼운 고백》을 찬찬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작가

저자 - 김영민

 

사상사 연구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브린모어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중국 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2017)와 이 책을 저본 삼아 국내 독자를 위해 내용을 확장하고 새로운 문체로 담은 《중국정치사상사》(2021)를 출간했다.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2018),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019), 《공부란 무엇인가》(2020),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2021),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2022)를 비롯해 《인생의 허무를 보다》(2022)를 펴냈다.

'가벼운 고백 - 김영민 단문집' 본문

누가 마음속 말을 다 할 수 있는가하지 못한 말들은 내장 속에서 고이 썩다가 마침내 사리(舍利)가 된다.

- 45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여섯 살 난 어린 딸을 둔, 졸업생이 전화했다. 총명해 수업 시간에 두각을 나타냈으며, 졸업식 때 졸업식사를 읽었던 학생. 삶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연락하던 학생.

암이 뇌로 전이되어 이제 길어야 2~3개월밖에 살 수 없다고. 임상 결과가 없는 신약이나마 마지막으로 써보기는 할 거라고.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돌이켜보니 대학 시절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고. 어린 딸에게 엄마가 처한 상황을 이제 사실대로 이야기할 거라고.

나는 위로에 서투르다. 그저 들어주는 일이 위로가 되길 바랄 뿐.

- 87쪽

 

젊은 날 난봉꾼이었으나.” 인생의 공()을 깨닫기 전에 대개 이 과정을 거치는 거 같더라…. 너무 어려운 첫 번째 관문 아닌가.

- 108

 

초심(初心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종종 초심을 말해야 할 때가 있다깊은 성찰 없이 건국한 나라도 건국 정신을 말해야 할 때가 있듯제발 초심이 있었다고 이야기해주게다만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을 뿐이라고.

- 133

 

〈라이프 오브 파이〉(2012)는 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그 오랜 표류 기간을 견뎌 살아남았는가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뗏목에 호랑이와 함께 탔기 때문이다. 호랑이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고, 그 긴장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강함이 그로 하여금 대양을 건너게 했다. 현재 당신이 표류 중이라면, 당신의 호랑이는 누구인가.

- 211쪽

 

진정한 여행은 여행 전의 기대와 여행 후의 기억에 있듯 진정한 삶은 살기 전의 꿈과 살고 난 후의 기억에 있다. 그래서 마르셀 프루스트는 쓴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걸작을.

- 219쪽